최고의 교수
최고의 교수
EBS 최고의 교수 제작팀 엮음 / 예담

회사 책장에서.


이직을 했다. 이 나이에 이직이라면 무척이나 신중했어야 하는데 울컥했던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직한지 1주일이 안되서 판단해 보면 다행이었다는 느낌이 든다. 신중하게 고민했다면 결코 이직하지 못했을 것 같았고, 뭔가 아닌데 싶었던 그 모자라던 것을 덮어 두고 있었을 것 만 같다. 그 울컥했을 때 느꼈던 이게 아니다 싶은 것이 제대로 파악한 실체였었던 것 같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면서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끌어가려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별것 아닌 것들도 다 맘에 든다 싶다. 컵을 받았는데, 이전 내가 가지고 다니던 컵보다 살짝 크다. 항상 잔이 작다 느꼈고 그래서 물받으러 가는것이 조금 귀찮았는데, 요런 사소한 것 까지 맘에 들려한다. 웃기는 것 같다. 처가 말뚝이다.

역시 책장이 있다. 대부분이 IT관련 책들이고 그렇지 않은 책들도 눈에 띈다. 항상 그랬지만 편하게 읽을 수 있은 책을 더 선호하게 되고, 가볍게 볼 책을 찾았다. EBS 다큐멘터리라고 하는 책이다. 아마도 EBS에서 방송한 것을 책으로 엮었나 싶다.

2일간 출퇴근 하면서 읽었다. 9명의 교수를 소개하고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학생이 생각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제대로 평가하려고 한다는 것. 맞는 얘기다. 그런데 책을 보면서 그리 맘이 유쾌하진 않다. 박사 포기한 것 때문은 아닌것 같고, 왠지 우리의 현실과의 괴리감때문인가 싶다. 책에 소개된 교수들의 교수법이 그쪽에서도 일반적이지 않고 특이하고 타의 모범이 되기 때문에 이렇게 소개된 것일 것이다. 학부때 어떤 시험 시간 중 교과서의 풀이방법을 잊어 버려서 시험 중에 나만의 풀이법을 고안해서 문제를 푼적이 있다. 숫자로 나오는 답은 맞았다. 그런데 0점 처리되었고, 조교를 찾아가 따졌더니, 교과서의 풀이법이 아니어서라고 한다. 내가 고안한 풀이법을 설명했더니 조교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이런 사건이 특이했던게 아니라 일반적으로 그랬었다. 필기하기 바쁘고 '왜, 어떻게' 보다는 풀이법 익히는게 바뻤던 고 3년과 대 4년. 너무나 지겨웠고 재미없었고. 그러다 대학원에 가서 한참 재밌었고. 그리고는 다시 사회에 나와서 절망적으로 재미 없었고. 그 와중에 어떻게든 재미를 좀 찾아보려했지만 부딛히기만 했고.

이곳에서 와서 맡을 업무는 단순 개발이 아니고 제품군들을 어떤 방향으로 가지고 가야할 지에 대한 고민들이다. IT에서의 고민이 라면 사실과 추론에 기반하여야 한다. 하지만 상상력이 없다면 고민의 방향조차 잡지 못한다. 한때는 나의 오직 유일한 장점이 창의력이다 싶었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몇년의 직장생활을 하면서 무언가 생각이 뻗어나가려 할때 스스로 그 생각에 회의적인 제지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뻗어나가는 생각을 입밖으로 표현하는 것은 더더욱 위험한 것이라 몸으로 습득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실 조차 의식하지 못하고 지내왔던 것 같다. 그런데 이곳에서의 업무를 파악하면서 그 상상력을 다시 부채질할 필요를 느끼고 나서 보니 생각을 띄우기 위한 용기가 어디 박혀 있는지 당황스러웠다. 단지 요것을 느낀 것 만으로도 이직을 잘했다 싶다. 이런 것을 느끼면서 이책을 읽었으니 씁쓸했던 것 같다.

그리 유쾌하게 본 책은 아니다. 하지만 유익하고 이렇게 하는게 맞다고 다시 힘을 얻은 책이다. 학생 스스로 생각하고 해답을 찾게 하는 것이 맞다고 다시 확신하게 된다.  소속된 팀장의 '나는 결코 해답을 주지 않는다'고 한 말이 넘 맘에 든다. 요책위에 팀장의 이름이 적혀 있다.

추천이 받아들여질 사람이라면 이미 이책 내용은 알고 있을 듯.

by 어플로잇 | 2009/11/06 09:53 | books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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