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자폐증과 관련하여
화성의 인류학자 책을 보았다. 자폐증이 어떤 것이다라는 것은 겉핥기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이에 관해 자세히 들여다 보기는 처음이다. 보면서 나의 이러저러한 면들이 자폐의 것과 유사하다고 느낀다. 그러한 점들을 정리해 본다.

- 인간관계의 어려움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이 인간관계의 파악과 형성이다. 이런 것을 눈치가 없다라던가 둔하다라고 평해져 왔었다. 앞의 대상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느낌을 받고 있는지 파악하기 무척 어렵다. 물론 제대로된 자폐증과 같은 극단적인 것은 아니다. 당연히 화내고 있는 지 기뻐하고 있는 지 대충은 안다. 그러나 미세한 파악은 전혀되지 않는다. 그리고 일반적인 인간관계가 이해되지 않는다. 예로 드라마가 재미없다. 저런 상황에 왜 저렇게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공감하기 힘들다. 너무나 작위적인 것 갖고 억지스러운 것 같아서 드라마를 본다는 것은 재미가 아닌 고문에 가깝다. 반면 액션, 공포 등의 영화등은 어려움이 없고 재미있다. 사람간의 관계나 느낌등이 파악이 안되는 것은 약간 불편하지만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감내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관계 형성이 어려운 것은 심각하다. 대화는 인간관계에서 아주 중요하다. 그런데 나에게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거나 혹은 대화를 잘하는 경우가 아닌 경우 대화를 지속하기가 어렵다. 상대방이 어떤 속마음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느끼는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화를 지속하기가 어렵다. 공감이 안되더라도 끄덕이거나 호응을 해 줄 수는 있지만 적시적절한 한마디나 심금을 울리는 동조는 불가능하다. 학교 생황에서 또래집단에 제대로 속하지 못했었다. 그들의 느낌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그들이 관심 갖는 것에 같이 관심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학교 이후 직장생활에서도 마찬가지 였다. 모든 인간관계를 업무의 연장으로 처리할 수 밖에 없었고 일반적인 견해로 보면 실패한 회사생활이었다. 일은 포기해도 사람을 건지라고 하는 그런 견해에서는.


- 명확함을 극 선호함
어떤 개념을 기억한다는 것은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을 때만 가능하다. 어렴풋한 이해나 감으로는 기억할 수 없고 남에게 설명할 수도 없다. 가끔씩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혹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단어들의 나열로서 설명하는 척 아는척 하는 경우를 보면 무척이나 신기하게 느낀다. 대신 명확하게 이해한 것은 기억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기억을 잊은 경우라도 다시 복원하기 어렵지 않다. 명확하던 가 하니면 전혀 모르던 가 둘 중의 하나이다. 이런 이유로 책을 봐도 이미 알던 것이던 가 봐도 여전히 모르겠던 가 두가지의 경험이 대부분이다.


- 시각적인 사고 처리
수학과 물리를 극히 좋아하고 잘했었다. 수학 풀이의 반절을 시각적인 방법으로 해법을 찾았었다. 실제 도형에 관련된 문제는 전체의 20%가 넘지 않지만 모든 문제를 시각적으로 처리하려 한다. 숫자를 외울 때면 전화기 자판에서의 위치 관계를 사용한다. 소설을 읽을 경우 장편을 선호한다. 단편을 볼 경우 매 시작 마다 머리속에 가상의 무대를 다시 만들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시각화 될 수 없는 개념적인 내용은 극히 어려워 한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얘기는 읽어 나가는 것 만으로도 어려움을 느끼며, 다 읽은 후에도 전혀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


by 어플로잇 | 2009/11/04 15:03 | 걍적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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